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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젊은이가 돌아오는 안성, 아홉 번째 이야기 – 당장 할 수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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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젊은이가 돌아오는 안성, 아홉 번째 이야기 – 당장 할 수 있는 일
  • 안성투데이
  • 승인 2021.03.2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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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영 소장
김학영 소장

[편집자 주] ‘안성 청년’을 위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김학영 소장은 인사를 할 때마다 ‘대대로 죽산’이라는 말을 버릇처럼 이야기하는 안성사람으로 서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국회 보좌관, 경기도청 정책보좌관으로 오래 일하다가 경기지방정책연구소를 만들어 안성에 터잡고, 경기도 31개 시군과 우리 동네 안성에 필요한 정책을 만들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정책이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
안타까운 이야기이지만, 정책이 시장(市場)의 힘을 이기지 못하는 모양이다. 이것을 시장(市場)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지 모르겠다. 학부생일 때 필자는 ‘지역 사회학’에 관심이 많았다. 시절이 시절이었던 만큼 ‘사회변동론’이나 ‘사회구성체론’ 책들을 늘 안고 지내면서도, 한편으로는 도시사회학, 농촌사회학을 열심히 공부했다. 농촌사회학을 가르치셨던 선생님께서 다음 학기에는 지리학과에서 ‘수도권문제론’을 공부하라고 일러주셨다. 

‘수도권문제론’에서 배운 것을 지금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강조하셨던 말씀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정보화 사회에서도 서울은 여전히 전국의 인구를 흡수하게 될 것”이라는 말씀이었다. ‘J턴’이라는 용어로 앞으로 수도권에서 벌어지게 될 인구현상을 ‘예언’까지 하셨다. 당시만 해도 서울에는 인구 집중에 따른 ‘집적불이익(集積不利益)’이 점점 심화될 것이고, 지방으로 다시 돌아가는 인구의 ‘U턴’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이 보편적이었다. 물론 정부 정책도 ‘집중억제’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부산도 ‘위기’라니
‘J턴’이란 무슨 말인가. 서울에 집중된 경제력, 기술력 등은 정보화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리한 조건이 되어서 계속 전국으로부터 인구를 끌어들이게 되지만, 집중억제정책과 부딪혀서 서울에서 살지도 않고, 지방으로 되돌아가지도 않고, 서울을 중심으로 지내면서 서울을 둘러싼 경기도에 정착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결국 그 선생님의 이론대로 되었다. 

앞서 잠깐 언급한 적이 있지만, 안성시 청년정책 기본계획 수립용역 연구를 진행하면서 들렀던 ‘부산광역시’의 고민도 청년이 자꾸 떠나가는 문제였다. 우리나라의 발전이 이른바 ‘경부축’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다른 지역들은 발전하지 못한다던 시절이 엊그제 같다. 지금 한창 진행 중인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들여다보더라도, ‘위기의 부산’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부산마저도 젊은이들의 유출을 고민하고 산업과 일자리를 염려하며 ‘위기’를 이야기한다. 

경기도라고 다 같지는 않다
경기도의 인구는 해마다 늘어서 이제 1,35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천만 서울’은 해마다 인구가 줄어서 현재 965만 가량 된다. 결국 전국에서 서울을 보고 수도권에 와서 경기도에 정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경기도라고 다 같은 형편은 아니다. 경기도 31개 시·군의 인구 규모를 기준으로 하는 ‘순서 규정’이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재조정되었다. 안성은 여전히 23위이고, 안성보다 인구가 적은 지역들은, 의왕시, 포천시, 양평군, 여주시, 동두천시, 과천시, 가평군, 연천군 순이다. 의왕과 과천을 제외하면 모두가 경기도의 북부, 동부의 외곽지역들이다. 

거기서 살만하면 인구는 는다. 전국에서 가장 눈에 띄게 인구가 늘고 있는 경기도이지만, 그 안에 있는 31개 시군의 사정을 보면 모두 한가지는 아니다. 하위권 시군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서울로 출퇴근하기엔 멀고, 산업이나 거주 여건을 매개로 인구를 끌어모으기도 어려운 곳들이 대부분이다. 인구가 정체되고 젊은이들이 떠나가는 것은 수도권을 제외한 온 나라의 고민거리인데, 경기도는 사정이 낫다고 하지만, 경기도 내에서 서울과 많이 떨어진 지역들은 수도권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지방으로부터 서울과 서울 인근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힘을 멈춰낼 신묘한 대책은 현재로서는 없다.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청년정책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시작하면서 가장 난감하고 속상했던 대목이 바로 ‘일자리’였다. “안성이 잘 되려면 대기업이 들어와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라 할 이야기이지만,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 안성시가 매년 대기업유치를 위한 명목으로 수천만원의 예산을 세워왔어도 지금껏 그 성과는 없다. 청년정책 용역 착수를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위원들 가운데에는 용역을 통해서 ‘좋은 일자리 확보 방안’을 제시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그러나 안성의 지리적인 여건, 지역 내 여건, 인근 지역들의 상황 등을 고려하면 그렇게 획기적인 답을 내어놓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청년정책의 범주를 훨씬 넘어서는 이야기가 된다. 

결국 안성은 현실적으로 청년을 위해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일과 중장기적으로 해야 하는 일을 구분해서 추진해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단계를 제시하게 되었다. 당장의 신묘한 해법을 기대했던 분들께는 매우 송구스러운 제안이었을 것이다. 

시민이 품은 따뜻한 청년행복도시
「안성투데이」에 연속 기고를 하는 동안 안성 이웃분들이 댓글을 통해서 여러 의견을 주셨다. 그 가운데 우선 ‘청년을 시민이 보듬어주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씀을 주신 이웃이 있었다. 필자는 이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인근 도시에서 안성을 이야기할 때 아직도 간혹 ‘텃세’라는 말이 나온다. 안성의 인구가 늘고, 청년들이 머무르려면 안성을 찾아온 청년들을 보듬어주어야 한다. 특히 지금 안성은 좋은 일자리나 만족스러운 생활 인프라와 같은 객관적인 정주 여건이 크게 부족하고, 단기간에 해결해내기 어려우므로 더욱 그렇다. 

목포의 원도심과 ‘괜찮아 마을’을 소개할 때 이야기한 것처럼, 그나마 한 식구들 같은 이웃들의 ‘푸근한 인심’이라도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안성이 청년들을 위해 해야 하는 단기적인 과제는 시민이 함께 관심을 갖고 청년이 주도하는 ‘청년정책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안성 청년들 사이의 스스로 네트워크를 만들고 교류하도록 하는 것이 우선 가장 중요하다고 보았다. 

청년들에게 맥주 한잔 사줍시다
안성에서 사는 청년들끼리 얼마나 서로를 알고 있을까? 관내에 있는 대학들끼리의 교류는커녕 교내 다른 학과와의 교류도 별로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학생들이 그렇다면, 관내에서 일하는 청년들은 어떨까? 

안성에서 초기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을 때, 확진된 청년의 며칠간의 동선(動線)을 보면서 오히려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는 회사와 숙소인 아파트를 매일 오가는 동안 밀접접촉자가 ‘전혀 없는’ 하루하루를 보냈고, 주말이 되자 그냥 다른 도시의 본가로 돌아가서 보다 번화한 다른 도시에서 친구들과 만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안성으로 돌아와 주중의 일상생활을 반복했다. 

이전에 소개했던 금천구의 ‘꿈지락 네트워크’, 그리고 그 청년들이 만들어낸 ‘청춘삘딩’은 청년들에게 취·창업교육을 하거나, 메이커스페이스를 제공하는 일로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다. 금천구의 청년들이 함께 만나고 함께 밥을 먹도 공간을 만들었고, 또 그런 내용의 프로그램을 스스로 계획해서 운영했다. 그 첫 번째 결과로 금천구 청년들의 정주성이 높아졌다고 한다. 청년들은 함께 마음을 나누는 친구들이 있는 곳을 쉽게 떠나고 싶어하지 않았다. 

안성 청년들이 모임을 만들어서 함께 교류하려 할 때 맥주 값이라도 보태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청년들이 그 대가로 꼭 거창하게 뭘 논의하고 결의를 할 필요도 없다. 그냥 청년들 스스로 함께 만나고 삶을 나누는 데에서부터 안성 청년 정책의 첫걸음이 시작돼야 한다.

지난주에 미리 이야기한 것처럼, 오늘로 안성시 청년정책에 대한 연속 기고는 매듭을 짓게 되었다. 비록 연속 기고는 멈추지만 ‘젊은이가 돌아오는 안성’을 위해서 안성의 이웃들과 앞으로도 계속 생각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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