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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이달의 시] 수석 - 이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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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이달의 시] 수석 - 이영순
  • 홍승걸 기자
  • 승인 2023.10.02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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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순 시인
이영순 시인

[편집자주] 안성투데이는 지역예술인들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일환으로 2021년 1월부터 (사)한국문인협회 안성지부의 도움을 받아 매월 한 편의 시, 수필을 전달합니다. 시민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수석
                                                    이 영순

하늘이 예쁜 날이다. 다대포 몰운대는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산책길이라 자주 찾는 곳이다. 
물결이 잔잔한 해변 자갈마당 햇살바위에 걸터앉으니, 넓은 바다가 펼쳐진다. 작은 섬에 예쁜 등대, 멀리 보이는 양식장에는 통통배가 분주히 움직인다. 눈길이 머무는 곳마다 그림 같은 풍경이다. 

자갈돌이 작은 파도에 맑은소리를 내며 또르르 구른다. 풍경에 취해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나와 다르게 그이는 자갈밭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탐석하는 중이다. 들며나는 파도에 몸을 맡긴 자갈돌은 수없이 구르면서 동글동글 모양이 비슷하다. 태풍으로 밀려 해안 안쪽으로 굴러온 돌은 길쭉하고 뾰족한 모양이 그대로 있다. 많은 돌 가운데에 우리와 인연이 있는 돌이 있다는 것이 그이의 생각이다.

인연이라는 말에 나도 탐석에 동참을 한다. 나와 인연이 있는 돌은 어떤 모양일까.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돌일까. 구르고 깎이어 본래의 모습을 가늠할 수 없는 돌일까. 형상과 문양, 색깔 등 그이에게 들은 얕은 지식으로 돌을 살펴보며 자갈밭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 눈에 띄는 돌은 그이에게 보여주며 함께 감상하고 품평을 한다. 그이는 무늬가 있는 작은 돌 하나, 나는 검은색에 흰점이 눈처럼 보이는 돌 하나를 가져왔다. 거실 한편 장식장에는 작은 수석이 올망졸망 진열되어 있다. 

오랜 세월 바람과 물에 깎이고 다듬어진 수석은 볼수록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는 것도 있다. 검은 돌에 흰 토끼가 깡충 뛰어오르고, 하얀 돌에는 오리가 급하게 지나간 발자국이 있다. 평원석에는 넓은 평원 뒤에 낮은 산이 보이고, 검은 단봉석에는 달무리가 선명하다. 

인연이 되어 모셔온 돌의 좌대를 정성스럽게 만든다. 두툼한 나무판에 돌이 앉을 부분을 정한다. 먹지를 깔아 돌을 놓고 고무망치로 두드리며 조각칼로 수없이 깎고 또 깎는다. 돌을 앉힌 좌대의 다리 모양을 만들고, 사포로 곱게 다듬어 색칠을 하여 좌대를 완성시킨다. 두고두고 눈길과 손길의 사랑을 받던 수석도 다른 인연을 만나면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을 떠난다.

세련미 없고 예쁘지도 않았던 나, 당돌하다고 엄마는 늘 걱정하셨다. 내 모습은 삐죽삐죽 모서리가 많은 못난이 돌이었다. 돌아보면 세월은 나를 힘듦을 견디는 사람으로, 앎의 부족함을 아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이의 너그러움은 둥글둥글 변화에 큰 힘이 되었을 터이다.

수석은 화려한 좌대에 앉아 있다고 돋보이는 것은 아니다. 돌의 모양이나 크기에 따라 좌대 모양이 정해진다. 사람이 머무는 곳도 자신과 어울리는 곳이 있다. 나의 주변을 둘러보니 내 몸처럼 여겨지는 내 삶의 유물들이 꼭 필요한 자리에 나와 함께하고 있다. 

부부 연으로 만난 그이와 나, 서로에게 맞춤이 되려고 늘 애쓰며 다독이고 살고 있다. 넓어진 이마와 희끗한 머리칼, 얼굴 가득 잔잔한 주름도 이젠 낯설지 않다. 긴 세월 살면서 함께 그린 삶의 무늬는 소박하면서 아취가 있는 한 점 문양석 같다. 

오랫동안 부딪히고 깎이며 살아온 삶이 너그럽고 모나지 않은 연륜을 보여준다. 긴 세월 물 씻김에 단련된 수석이 고태미를 자랑한다.    

 

이영순 시인 프로필 

수필과 비평 등단(2010년). 수필과비평 작가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안성문인협회 회원. 한국미소문학회원.
(사)한국문인협회 안성지부 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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