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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이달의 시] 고계숙 - 우리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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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이달의 시] 고계숙 - 우리엄마
  • 안성투데이
  • 승인 2022.08.01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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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계숙 시인
고계숙 시인

[편집자주] 안성투데이는 지역예술인들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일환으로 2021년 1월부터 (사)한국문인협회 안성지부의 도움을 받아 매월 한 편의 시, 수필을 전달합니다. 시민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우리엄마

          고계숙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없이 자유를 잃어버리고 있다. 자영업자들도 힘들고 사람들과의 친숙함도 멀어져만 가고. 고립된 창살 없는 감옥생활이 따로 있나 싶다. 엄마를 요양원에 모셔놓고 찾아가 뵙지도 못하는 불효를 하고 있다.

얼마나 답답해 하실까... 얼마나 집이 그리우실까...
요양원에 계시는 당분간 다리에 힘이 생겨 당신이 걸어 다닐 수만 있으면 모셔 오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이제는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길일까 봐 두려워진다. 

지난 8월 갑자기 치매증상이 심해지면서 다리에 힘이 풀어지시며 주저앉으셨던 엄마!
어쩔 수없이 주간 보호센타에서 요양원으로 모실 수밖에 없었다. 나이는 드셨어도 마음은 항상 청춘이셨던 분,
막내딸이 입고 있는 바바리를 입고 싶어 하시고 흰 머리 싫다고 언제나 검은머리로 염색하길 원하셨다. 딸래미 미용기술 배우고 나니 최고라며 어느 미용실도 가시지 않는다. 며느리가 빨랫감 내 놓으시라 하면 내 옷은 내가 빨 수 있다며 아픈 허리를 구부리고 기운자랑 하시듯 한다. 어쩌다 식구들 모여 저녁을 먹을 때면 좋은 음식 앞에서 제일먼저 건배를 외치시는 우리 엄마.

항상 건강주심에 감사하고 가정화목에 감사하다는 기도를 잊지 않으신다. 기도 하시는 엄마의 주름진 얼굴과 자글거리는 손의 주름들이 지내온 세월만큼 자식들도 어른이 되었지만 엄마의 마음은 한결같은 사랑 그 자체이시다.

엄마는 2년 전 주간보호센타에 다니셨다. 오빠 내외분께서 직장을 다니다보니 하루 종일 혼자 계시니 걱정도 되고, 치매도 있으셔서 불안한 마음에 가족들과 의논을 해서 결정했다. 엄마는 나름대로 기억을 살리려 애를 쓰지만 가끔씩 자신도 모르게 실수를 하고 애써 감추려는 모습들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제는 적응을 잘 하셔서 학교 갔다 오면(주간보호센타를 학교라 하신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신 듯하다

우리가 어릴 적 학교 갔다 오면 엄마에게 할 이야기가 많듯이...

학교 다니고 싶은 꿈을 이루었다며 글씨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리고 색칠도 잘하고... 모든 것이 당신이 그곳에서 최고라며 엄지척을 하신다. 주말이면 항상 엄마를 뵈러 오빠집에 간다. 그래야 일주일이 편안하다. 다리가 불편하셔서 여행은 못가지만 가끔씩 자가용으로 드라이브를 가면 산도 보고, 들도 보고, 꽃도 보면서 그 옛날 살면서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 하신다. 하신 이야기 또 하고 또 하고 아마도 기억에 많이 남으셨나 보다.

꽃을 좋아하시는 엄마! 특히 오월이 오면 담장에 피어있는 빨간 장미를 제일 좋아하신다. 꽃 앞에서, 꽃과 함께, 꽃이 된 듯 소녀처럼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포즈를 취하신다. 어머니를 위해 오늘도 정성스럽게 사진을 한 컷 찍어 드린다. 비록 검버섯에 주름살도 많은 모습이지만 그 모습이 더욱 예뻐 보이고 아름다우시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도 할 수 없지만 그 곳 선생님 말씀이 매일 열심히 걷기운동을 하고 계신다고 한다. 

걸어서 집에 가야 한다고...마음이 뭉클해지면서 엄마가 더욱 보고 싶어진다. 엄마도 오죽하시랴...!

오월에 태어나 오월의 빨간 장미를 좋아하시는 우리엄마, 곧 다가오는 생신 때는 빨간 장미 한 다발을 안겨 드릴 것이다. 꽃처럼 화사하게 밝은 모습으로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하는 바램으로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따뜻하게 꼬옥 안아 드려야겠다.

 

고계숙 시인 프로필

수필가. 전 고교 행정실 근무
한국미소문학 수필 등단(2020년)
(사)한국문인협회 안성지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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