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1:48 (금)
(기고문) 과거의 실체
상태바
(기고문) 과거의 실체
  • 안성투데이
  • 승인 2022.07.25 19: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상원 교수
서상원 교수

우리의 행복을 막는 것 중의 하나가 과거이다. 정확히 말하면 과거에 대한 집착이다. 행정학에서는 매몰비용(sunk cost)이라고 하는데 어떤 사업에 이미 들어간 비용 때문에 그 사업이 불필요하거나 중단하기를 원해도 지속시키는 문제를 일으키는 현상으로 정책집행자들이 피해야 할 요소이다.

예를 들면 4대강 정비사업에서 물을 저장하기 위한 ‘보’를 제거하지 못하고 수질오염이 심각한데 그 보를 유지관리하기 위한 비용이 계속 들어가는 경우라든가 흔히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주식투자에서도 보면 계속 손해를 보고 있어도 그동안 들어간 본전이 생각나서  발을 빼지 못한다. 

우리는 늘 과거를 생각하며 산다. 물론 좋은 추억이나 경험도 많이 한다. 그러나 과거의 후회스러운 일, 잘못한 일에 대해 회상하며 괴로워할 수 있다. 특히 새벽에 눈을 뜨게 되면 상상도 못할 별별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나의 대학 은사님은 밤9시에 취침해서 새벽 5시에 수유리 뒷산을 오르신다. 수십년 동안 이를 반복하셨다. 건강을 위한 것도 있지만 새벽에 떠오르는 온갖 번뇌를 포함해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정보가 머릿속에서 맴돌기 때문이다. 스님들도 은사님과 비슷한 취침과 기상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왜 스님들이 새벽에 염불을 하고 수시로 참선을 할까 생각해보면 바로 번뇌를 끊어내기 위함이다. 관세음보살을 끊임없이 소리내며 반복하여 망상과 번뇌로부터 평온한 심신상태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나의 경우는 대부분 안 좋은 과거를 떠올려 마음속이 불편해진다. 번뇌이다. 그야말로 생각해봐야 하나도 가치없는 할 필요가 없는 쓸데없는 과거의 생각들이다. 정말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우리는 많이 듣고 산다. 과거에 대한 생각은 이미 수십 번 반성했고 결론을 수 없이 내린 것들이다. 그러나 과거에 대한 후회는 번뇌로 끊임없이 나를 괴롭힌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일을 경험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런 주제로 지인들과 대화를 서로 않해서 모를 뿐이지.

제자 중에 한 여학생은 수업시간에 고민거리가 무엇이냐라고 물었더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한 두려움이라 한다.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일어난 것처럼 미리 상상하고 고민한다.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그야말로 번뇌인 것이다. 죽으면 어떡해 되느냐, 지옥에 가면 어떡하냐 하면서 고민하는 사람도 보았다. 그건 죽어봐야 아는 것이고 지옥이 있는지 천국이 진짜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종교에서 말하는 지옥과 천당은 종교인이 만들어 낸 것으로 생각한다.  종교종사자들이 종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다. 즉 내세라는 존재가 있어야 종교로서 구색을 갖춘 것이고 신도들이 따르기 때문이다. 예수님도 지옥과 천당을 구분하며 설교하지는 않은 걸로 알고 있다.

사후세계를 강조한 것은 예수님의 제자들의 몫이었다. 그것을 오늘날 성직자들이 더욱 강조해서 신도들에게 자신의 영향력을 강하게 행사함으로써 더 큰 교회를 만들어야 훌륭한 성직자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여기서 교회가 더 발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예수님은 사랑으로 인간관계를 맺도록하는 것을 강조했다. 유일신에 대한 숭배나 신앙문제는 개인의 믿음의 문제로 정리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현명한 목사님은 이를 잘 알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목사님은 모른척 하거나 아니 아예 모르고 어리석은 맹신과 개척을 위해 헌신한다. 스님들도 세속과 너무 가까우면 본분을 잃고 재물에 욕심을 낸다. 수행한 깨달음을 괴로워하는 중생들에게 평안을 줄 때 불교로서 가치있는 것이다. 산속에서 자신만을 위해 수행함은 물론 범부들에게 그 깨달음을 진솔하게 전해야 한다. 

성직자들은 아마도 그릇된 행동을 해도 신이나 하늘이 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잘못된 행동에 대해 신이 벌하는 것이 아니라 인과응보로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자연의 법칙인 것이다. 즉 어떤 결과는 반드시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콩심은 데 콩나기 때문이다. 콩 심었는데 팥이 날 리가 없다. 만약 죄를 짓고도 현생에서 벌을 받지 않는다면 언젠가 자식에게 그 업보가 전해진다. 이를 잘못 이해했거나 모르는 성직자는 그리고 알아도 신이 벌준다고 함으로써 신도들을 정신적으로 통제하려 든다.   

이제 과거의 허물, 즉 불교적 해석은 업보인데 이런 문제를 어떡해야 하냐를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일단 과거로부터의 집착은 버려야 한다. 떠오르는 나쁜 과거의 생각은 주위를 돌려 자연스럽게 지워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이기려고 정면으로 상대하면 상대는더욱 힘이 세져 더욱 우리를 공격할 것이다. 명상같은 수행방법도 활용하면 좋다. 명상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아무 생각없이 마음을 편안하게 유지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과거에 지은 죄가 정리되지 않았다면 참으로 우리를 많이 괴롭힌다. 이미 지난 것에 집착하면 안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하지만 과거의 죄는 이미 지난 것이니 반성하고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하고 많은 사랑과 베품으로 주위를 돌아보는 생활만이 과거의 업보와 끊을 수 있는 것이다.

-한경대 서상원 교수-

고려대 행정학 박사
교양학부 철학강의
기업체 및 기관단체 인문학 출강중
<소박한 삶과 행복> 출간예정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윤종군 후보, 12년만의 재도전 끝에 안성시 국회의원 당선
  • 이기영 전 무소속 국회의원 후보, 김학용 후보 지지선언 및 국민의힘 입당
  • 윤종군 후보 선대위, 후보자 비방한 7명 경기도당 명의 고발 예정이라고 밝혀
  • 윤종군, 김학용 후보가 ‘평범한 시민’이라 주장하는 A·B·C씨 등은 김 후보와 상당한 관계에 있는 국민의힘 관계자다!
  • 한경국립대학교, 개교 85주년 기념식 및 탄소중립국제컨퍼런스 개최
  • [인터뷰] 이혜주 안성시사회복지사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