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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젊은이가 돌아오는 안성, 여덟 번째 이야기 – 한경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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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젊은이가 돌아오는 안성, 여덟 번째 이야기 – 한경대 이야기
  • 안성투데이
  • 승인 2021.03.23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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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영 소장
김학영 소장

[편집자 주] ‘안성 청년’을 위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김학영 소장은 인사를 할 때마다 ‘대대로 죽산’이라는 말을 버릇처럼 이야기하는 안성사람으로 서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국회 보좌관, 경기도청 정책보좌관으로 오래 일하다가 경기지방정책연구소를 만들어 안성에 터잡고, 경기도 31개 시군과 우리 동네 안성에 필요한 정책을 만들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다시 학교로
늘 ‘공부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며 산다. 방송대에도 입학해서 공부해보았지만, ‘대면 수업’을 하지 못하다 보니 학습관리가 쉽지 않았다. 그나마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이전에는 ‘방송대 안성학생회’의 동료들과 가끔 어울리며 서로 격려도 했지만, 그마저도 못하니까 한 학기를 넘어가기가 어렵다. 필자가 서울대, 연세대를 다녔지만, 방송대에서 졸업장을 받는 분들을 보면 늘 부러움을 넘어 존경심마저 든다. 방송대 공부는 해본 사람만 그 어려움을 안다. 방송대에서 처음 공부하고 싶었던 분야는 법학이었다. 

사회학, 정치학,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지만, 20대 중반부터 법을 만드는 직업을 이어오다 보니 한번 제대로 법학을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늘 간절했다. 그런데, 일하면서 스스로 채근하며 공부해야 하니 방송대에서는 한 학기를 넘기기도 쉽지 않았다. 최근에는 경영학으로 바꿔 공부하려고도 했지만, 늘 ‘박약한 의지’만 다시 확인하곤 했다. 

2018년 민선 7기 지방선거를 치르는 동안 도지사 선거본부 동료들과 우리 안성시에 있는 ‘한경대학교’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 한경대학교에서 사회과학계열 박사과정을 모집하면 같이 공부해보자며 함께 ‘결의’까지 했다. 이후 가끔 생각은 했는데, 막상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고 있다가 올해 드디어 한경대학교 학생이 되었다. 물론 앞으로 학위논문이 통과될 때까지 갈 길이 까마득하다. 

안성과 한경대
필자에게 한경대는 이제 ‘모교’가 되었고, 필자는 한경대 동문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다. 안성 시내를 지나며 늘 스치듯 보았던 한경대였는데, 이제는 필자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학교가 되었다. 막상 학교에 입학을 하고 보니 한경대는 참 작은 학교다. 분명 ‘국립’ 대학교인데도 불구하고, 캠퍼스도 좁고 학생도 많지 않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운영하는 ‘대학알리미’ 사이트에서 찾아보았더니, 2020년 기준으로 한경대의 재적학생수는 7,423명에 불과했다. 원래 학생이 많지 않은 ‘교육대학교’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공립대학교는 학부생만으로도 10,000명이 훌쩍 넘는다. 

꼭 재학생이나 동문이 아니더라도, 안성시와 시민에게 한경대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학교다. 안성에는 현재 한경대 이외에도 중앙대, 동아방송대, 두원공대, 한국폴리텍대도 있지만, 한경대가 평택의 한국복지대와 통합을 추진하는 것만으로도 안성을 떠날지도 몰라 시민들의 염려가 매우 클 정도로 안성시민에게 한경대는 각별하다. 안성을 떠날까 봐 염려되어 통합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대학교 운영 경험이 많으신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현재의 한경대 규모로서는 학교 기본 운영조차도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 한다. 

한경대 갖고 무엇할까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안성시의 자존심, 안성시민의 ‘노스탤지어’를 위해서 한경대가 안성 시내에 계속 존재해야 할까. 안성시민에게 한경대는 주변 상권을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해줘야 할까. 한경대는 안성시민의 것이니 아무튼 안성시에 계속 있어야 할까. 안성에게 한경대의 존재 의미는 무엇일까. 

한경대는 안성시민과 근대사를 함께 해온 ‘국립대학교’다. 경기도의 수부도시인 ‘수원’에도 사립대인 ‘경기대학교’는 있어도 국립대학교는 없다. 인구 100만이 넘는 경기도 내의 쟁쟁한 ‘특례시’들조차 국립대학교가 없다. 가장 종합대학교로서의 면모에 가까운 국립대학교는 경기도 내에서 유일하게 이곳 안성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 한경대가 안성에는 그저 상권을 지탱해주고, 안성시민의 근대사 기념물로 충분한가. 

바보 같은 질문
이런 질문을 해보았다. 안성의 고등학교에서 전교 1등을 하는 학생은 어느 학교에 진학할까? 그럼 10등은 어느 학교에 진학하려고 할까? 안성은 이른바 SKY나 ‘인 서울’ 학교에 진학하는 학생에게 장학금과 주거비용까지 지원해준다. 장학금을 주고 주거비용을 지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볼 때, 그 학생들은 결국 안성으로 되돌아오게 될까? 의도는 그렇지 않았지만, 결국 안성은 안성에서 자라난 인재들에게 안성을 떠나 되돌아오지 말라는 ‘전별금(餞別金)’을 주고 있는 모양새가 된다. 

최근 유명 교육평론가의 비대면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이른바 ‘대학 서열화’의 원인을 전통적인 학교의 이름값이 아닌 ‘학생 1인당 교육비’라고 지적했다. 거점국립대들의 평균 ‘학생 1인당 교육비’가 약 1,100만원 내외지만, 서울대학교는 4,000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포항공대나 광주과학기술대나 한예종과 같은 학교가 생기자마자 곧바로 해당 분야에서 최상위 대학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학생 1인당 교육비’라며 이 주장을 뒷받침했다. ‘대학알리미’ 사이트를 보니, 한경대는 1,100만원 대였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니 주요 국립대학교들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그 평론가의 이야기보다 훨씬 많았다. 한경대는 턱없이 낮은 쪽에 속한다. 교육비는 학생들이 받게 되는 교육의 질과 직결된다.

한경대 갖고 진짜 뭐할까
나머지 대학교 입장에서는 필자가 오늘 하는 이야기가 좀 섭섭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한경대의 이전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염려도 크고, 또 안성시 입장에서는 근대사로부터 함께 해온 학교이다 보니 대표 사례로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전공들이 안성에서 다 소화하기에는 방송·예술 분야에 특화된 경우가 많지만, 아무튼 나머지 대학교들에 대해서도 사실 마찬가지 이야기다. 그런데 특별히 안성시민들이 애정하는 한경대는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할까. 연속기고를 하는 주제로 돌아와서 생각해본다면, 안성의 청년들이 안성에 머무르게 하는 데에 한경대가 역할을 할 수는 없을까.

‘이상적’으로 생각해본다면, 물론 주변지역을 포함하여 경기 남부지역의 특화된 좋은 일자리와 연계된 전공을 중심으로 학교가 특성을 갖고, 이 특화된 전공을 중심으로 안성시와 안성시민들의 각별한 ‘교육비 지원’이 이어지는 모습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부이겠지만 안성에서 자란 인재들도 한경대가 수용하고, 다른 지역의 청년들도 안성에 찾아와 안성에서 향후 삶의 방향을 정하게 된다. 물론, 청년들이 안성에서 머무르게 하는 다른 주거 여건들도 함께 조성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인문사회과학 분야도
생각해본다면, 한경대가 꼭 ‘4차 산업혁명’ 관련 전공만 고려할 필요는 없다. 경기 남부지역 학교 가운데 유일하게 ‘법학과’가 있는 학교가 한경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청년 학생들이 희망하는 직업 가운데 제일이 공무원이나 공기업직원이라고 한다. 수많은 청년 인재들이 공직에 취업하기 위해 수험준비에만 매달리는 것은 참 안타까운 현실이 분명하다. 필자는 공직의 인재 선발 방법이 시험이나 고시를 중심으로 하는 현재의 제도와 절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방정부’에서 점점 더 활성화되고 있는 다양한 중간지원 조직이나 산하기관 등에서의 업무 경험, 계약직·임기제 공무원 제도 등이 현재보다 더 확대되고 유기적으로 활용되면서 점차 ‘일제고사’와 같은 방식의 선발시험은 폐지되어야 한다. 한번 시험에 합격하면 ‘대과(大過)’가 없는 한 평생 안정적인 직장이 유지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시험을 통해서 우수한 성적으로 선발되었다고 우수한 공직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시민의 입장에서 골목의 형편을 잘 알고 다양한 관련 현업에서 배우며 공직에서 필요한 소양을 갖추어 나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런 변화가 단기적으로 어렵다면, 경기도와 안성시 같은 지방정부가 나서서 공직자의 충원방식을 바꾸기 위해 시범적으로 노력해볼 필요가 있다. 관선 단체장 시절에 도와 시·군은 중앙정부의 행정을 집행하는 ‘하위기관’이었지만, 민선 단체장의 도와 시·군은 더는 그런 역할을 중심에 두어서는 안 된다.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중앙정부와는 다른 정책을 추진해야 하고, 그것이 굳이 자치분권을 ‘지방정부’에 부여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안성의 자산인 한경대도 활성화되고 안성의 미래인 청년도 머무르도록 하는 방법에는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안성투데이」 독자 이웃 여러분의 더 좋은 의견들을 기대해 본다. 

연속기고 마무리를 예정하며
오늘로 ‘젊은이가 돌아오는 안성’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안성투데이」에 여덟 번째의 글을 올린다. 안성의 미래가 청년이라고 하지만, 청년을 머물게 하기에 지금의 안성은 턱없이 부족하다. 안성의 모든 시민들이 이 문제를 생각하고 해법을 나누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매주 글을 써왔다. 그러나 앞에 이야기한 것과 같이, 필자는 이번 봄부터 한경대의 학생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 연속으로 기고를 하는 것은 아무래도 이번 달로 마무리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앞으로 ‘연속기고’는 아니더라도 기회가 될 때마다 청년을 위한 생각을 그때그때 계속 기고를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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