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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젊은이가 돌아오는 안성, 두 번째 이야기 ‘청춘삘-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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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젊은이가 돌아오는 안성, 두 번째 이야기 ‘청춘삘-딩’
  • 안성투데이
  • 승인 2021.02.0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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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영 소장
김학영 소장

[편집자 주] ‘안성 청년’을 위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김학영 소장은 인사를 할 때마다 ‘대대로 죽산’이라는 말을 버릇처럼 이야기하는 안성사람으로 서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국회 보좌관, 경기도청 정책보좌관으로 오래 일하다가 경기지방정책연구소를 만들어 안성에 터잡고, 경기도 31개 시군과 우리 동네 안성에 필요한 정책을 만들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여야 연합정치(聯合政治)를 하던 민선 6기 경기도에 민주당 측 실무자로 참여하게 된 필자에게, 여야간 합의된 ‘연정과제(聯政課題)’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새로운 연정과제를 발굴하는 것이 주된 업무로 주어졌다. ‘연정과제’라는 사업들이 도정 전반에 걸쳐있었기 때문에 버겁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공부가 많이 되었다. 문제가 심각한 사업은 중단시키기도 하고, 문제점을 밝혀서 제대로 갈 수 있도록 하거나, 대체할 새로운 정책과제를 발굴하기 위해서 출장과 야근도 잦았다.

‘청년’과 관련하여서, 서울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민선 6기 지방자치는 이제 ‘청년’의 문제를 막 인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경기도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수소문을 해보니, 서울의 금천구에 있는, 살펴보면 좋을 사례를 알게 되었다. 인터넷에서 연락처를 찾아서 연락을 취하고는 금천구를 찾아갔다. 구청에 들러서 먼저 이야기를 듣고, 금천구 청년들이 알려준 대로 문제의 건물을 찾게 되었다. 시흥대로 이면의 골목길에 자리한 파란색의 3층짜리 작은 건물이 바로 필자가 보고 싶은 곳이었다.

‘청춘삘-딩’과의 만남
이 건물은 파란색으로 칠해졌고, 들어가는 입구에 ‘청춘삘-딩’이라는 건물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재미있는 이름이라고 생각하며 건물에 들어서니, 환한 얼굴의 남녀 청년들이 열심히 뭔가 일하다가 반겨주었다. 1층의 작은 회의실 같은 곳에서 명함을 건네며 인사를 나눴는데, 이 청년들은 스스로를 ‘꿈지락네트워크’라고 소개했다. 이어서 청년들이 안내하는 대로 ‘청춘삘-딩’의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1층은 사무공간과 작은 회의실이 있었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는 유니콘과 나비를 보았던 것 같다. 

2층의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이 공간의 이름이 ‘No-정숙 카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통 도서관 열람실에서는 숨소리를 내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헛기침만 해도 칸막이에 노란 포스트잇이 느닷없이 달라붙게 된다. 그러나 이 공간에서는 ‘소음’이 허락된다. 한쪽 공간에서는 그룹스터디나 세미나도 할 수 있고, 열린 공간에서는 노트북으로 리포트를 쓰는 것도 가능하다. 기억이 맞는다면 맛난 캡슐커피도 내려 마시며 공부를 할 수 있었다.

3층으로 올라가기 전에 ‘꿈지락네트워크’의 대표였던 박석준 군으로부터 ‘청춘삘-딩’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사실 ‘꿈지락네트워크’는 이 ‘청춘삘-딩’이라는 건물 말고도 ‘금천구 청소년의회’로도 잘 알려진 청년들이었다. ‘꿈지락네트워크’는 ‘금천구 청소년의회’를 제안했고, 금천구청과 금천구의회와 함께 ‘청소년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금천구를 본받아서 ‘청소년의회’를 운영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전국에 여럿 생겼다. ‘꿈지락네트워크’와 금천구의 ‘청소년의회’는 나중에 더 자세하게 소개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청년 스스로 시작한 청년공간
이들 청년들은 ‘청년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 서울시의 주민참여예산을 확보하고는, 금천구 관내에서 잘 사용되지 않고 있는 독산동 뒷골목의 작은도서관을 사용하게 해달라고 금천구청에 요청했고, 비로소 ‘청춘삘-딩’이 시작되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지금은 더 많은 예산으로 리모델링을 해서 공간들이 더 좋아졌지만, 처음 청년들이 이 작은도서관을 청년공간으로 바꾸려 할 때 확보한 예산은 딱 ‘2층’까지를 바꾸는 것에도 빠듯했다고 한다. 1층과 2층을 앞에 소개한 공간으로 바꾼 뒤, 3층은 결국 청년들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을 가져다가 바꿔낼 수밖에 없었다.

3층으로 들어섰다. 3층에서는 먼저 ‘주방’이 눈에 들어왔다. 요리를 할 수 있는 싱크대와 조리대, 냉장고, 넓은 식탁, 그리고 고급스러운 식기들, 이곳은 ‘대대식당’이라는 이름이 붙은 ‘공유주방’이었다. 냉장고며 식기며, 집에서 하나씩 들고 와 주방을 채웠다고 했다. 플라스틱 그릇에 담긴 음식을 혼자 대충 때우는 식사에 익숙해진 청년들이, 이곳에 함께 모여서 각자 잘하는 요리 하나씩 만들어서 고급스러운 식기에 담아 서로를 대접하는 공간이었다. 남은 음식 재료는 ‘공유 냉장고’에 두고 가는데, 누구든 꺼내 쓸 수 있고 또 자발적으로 다시 채워 넣는다. 

고개를 돌리니, 여기를 뭐라 해야 할까, 툇마루라 할까, 사랑방이라 할까, 보기에 매우 독특한 공간이 있었다. 베개도 있고, 만화책들도 뒹굴고 있는 이 공간의 이름은 ‘택이방’이라 했다. 요즘 청소년들은 입시학원 시간에 쫓기며 살다 보니,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바둑기사 ‘택이(박보검 분)’의 방에 아무 이유 없이 친구들이 모여서 그냥 뒹굴뒹굴하는 경험이 없다고 했다. 이 방의 용도도 감동적이었지만 만든 방법도 재미있었다. 이 방은 작은도서관에 있던 책상들을 뒤집어서 마루처럼 만들었다.

청년의 정주성을 높여준 공간
‘청춘삘-딩’, 아기자기하고, 청년의 생각과 기지가 담겨있는 공간들은 요즘 말대로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하면 얼마든지 흉내 낼 수 있지만, 이 청년들을 위한 공간을 청년들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그 노력과 시간은 청년들 스스로가 훈련되고 성장하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전체 100평 정도라는 이 공간이 금천구 청년들에게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을까? 당시 대표를 맡고 있던 박석준 군은 청년이 머물러 있지 못하는,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인 금천구의 청년들에게 ‘정주성’을 높여주었다는 점을 제일 강조해서 이야기했다. 무려 백여 개의 청년동아리가 이 건물을 근거로 활동하고 있으며, 청년들이 금천을 떠나지 않는 이유가 되었다고 했다.

안성시의 청년들에게는 지금 ‘청년공간’이 매우 절실하다. 안성시는 구 안성병원 자리에 지어질 예정인 행복주택의 일부 공간에 ‘청년공간’을 계획하고 있는데, 2023년 하반기나 2024년쯤이면 안성시가 조성한 깔끔한 ‘청년공간’이 안성에도 생긴다. 그러나 ‘청년공간’이 매우 시급한 안성의 청년들의 현실에 비해서 2024년이라는 시기는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청년공간 마련을 위한 ‘청년거버넌스’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조사를 보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청년들을 위해 마련한 많은 사업들을 정작 청년들이 잘 알지 못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청년들에게 알려주고 싶어도 전달할 방법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청년정책은 전달이 손쉬운 ‘대학생’이나 ‘군인’을 대상으로 수행되기가 쉽다. ‘청년공간’은 청년들의 정주성을 높여주기도 하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청년들을 위해서 마련한 정책들을 청년에게 전달하는 ‘전달체계’로서의 역할도 하게 된다. 

김보라 안성시장 역시 청년정책 기본계획 수립용역의 최종보고를 갖는 자리에서 청년공간의 시급함에 공감했고, 연초부터 담당 부서가 열심히 움직이면서 청년공간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시급한 ‘청년공간’은 다른 지역의 사례를 옮겨다가 전문가의 설계로 만들어주면 참 쉽고 간단하다. 전국 곳곳에는 그렇게 조성된 청년공간들이 참 많다. 그런데 안성시는 이렇게 하면 어떨까. 먼저 청년들 스스로가 안성 청년들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그 청년 네트워크가 중심이 되어서 청년들이 필요한 공간을 계획하고, 조성 가능한 공간을 찾고, 활용 가능한 중앙정부와 경기도, 안성시의 사업에도 지원해보며 스스로의 공간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할 수 있다면 안성의 청년이 주도하고, 안성시와 시민들은 거들어주는 것이다. 

이번 ‘청년정책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청년실태 조사에 응해준 청년들 가운데에는 ‘청년 네트워크’와 같은 청년정책 거버넌스에 참여하겠다는 청년들이 적지 않았다. 중앙정부에서는 모든 기초단체에 ‘청년마당’이라는 청년공간을 조성해줄 계획이고, 경기도에서는 ‘내일스퀘어’라는 청년공간을 조성해주는 사업이 있다. 정부부처, 경기도의 산하기관들에도 이 밖의 다양한 용도로 준비한, 청년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조성 사업들도 있다. 안성시가 알아서 청년공간을 어서 만들어주는 것도 좋겠지만, 안성시 청년공간 조성, 청년이 주도하고, 시청과 시민이 함께 돕는 ‘청년 거버넌스’로 시작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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