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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김동선 시인의 첫 시집 ‘시詩답잖은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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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김동선 시인의 첫 시집 ‘시詩답잖은 사과’
  • 안성투데이
  • 승인 2020.11.02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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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김동선 시인의 첫 시집 ‘시詩답잖은 사과’
[책소개] 김동선 시인의 첫 시집 ‘시詩답잖은 사과’

안성시 창조경제과 김동선 과장이 2020년 리토피아로 등단한 가운데 첫 시집 ‘시詩답잖은 사과’를 냈다. 

‘시詩답잖은 사과’는 김동선 시인의 32년 공직생활을 일기처럼 기록해 놓은 79편이 수록되어 있다. 

김동선 시인
김동선 시인

김동선 시인은 책머리 글을 통해 붉은 팥죽처럼 늘어진 동짓날, 찰지게 내리는 눈이 넌 지금 행복하냐고 묻는다. 엉거주춤 타협한 시간은 감동적이지도 역동적이지도 않았다. 선심 쓰듯 던져진 시간 위에 끼적거린 것, 고작 그것이 전부였던 세월. 남루한 공무원 일상 속에 숨어 슬쩍 발을 들이밀었던 천박하고 흔한 기록과 기억이 어쩌면 당신의 상처를 위로할지도 모른다는 소박한 꿈, 멍하게 구름을 올려본 낡은 일탈이 한때 당신 가슴을 적셨던 유행가 가사처럼 그렇게 쓰였으면 하는 바람 삼십 년 동안 내 등을 떠밀던 그 쓸쓸한 바람이 잦아들고 있음을 느낀다. 더는 새로운 꿈을 꾸지 못하는 밤 검은 우물 속으로 한없이 추락하던 어린 시절 꿈만 끊임없이 되풀이 된다. 이제 불면의 시간을 내려놓아도 좋을 듯싶다.”고 전했다.

백인덕 시인은 시 해설을 통해 “김동선 시인의 오랜 습작의 저력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작품이 보여주는 구체성은 말할 것도 없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시행의 전개 또한 인상적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시세계를 구축하는 기반으로 선택한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앞 작품, 「북 주기」는 표제의 참신한 만큼이나 상징성과 그 여운이 강하게 독자를 사로잡는다. 시인은 “술 취한 아버지가/묵직한 손으로 울리던 북/어린 내 어깨 위에서/들썩거리던 신명과/뜨거웠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할머니, 그러니까 아버지의 어머니의 환갑날, 어린 자식인 시인의 어깨가 들썩거릴 정도로 북을 울리던 아버지는 시인에게 선망의 대상이자 결코 따라가서는 안 되는 전형典型이라는 이중성을 갖는다. ‘묵직한 손’은 오랜 노동의 결과를 드러낸다“고 평했다.

김동선 시인의 사인
김동선 시인의 사인

김동선 시인은 취재가 끝난 후 ‘세상을 밝히는 안성투데이 화이팅!’이라는 사인은 담은 시집을 본지 기자들에게 전달했다.

한편, ‘시詩답잖은 사과’는 YES24, 인터파크, 지마켓, 쿠팡, 롯에온, AK몰, 탑북, 위메프, CJ몰 안성관내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다음은 김동선 시인의 시집 중 3편을 소개한다.

‘시詩답잖은 사과’

흐린 하늘, 새도 자유롭게 날지 못하지
부력에 감춰진 먼지의 무게가 버거워 미안해
아니지, 미세먼지가 잘못했어
A와 B의 상관관계를 따지다가 새도 먼지도 아닌 내가
시답잖은 사과를 하지
바람의 구애를 뿌리치고 올곧게 방음벽을 오르던 담쟁이도
맥 빠진 듯 움켜쥔 손아귀 힘을 풀어버리네

목표 달성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고
계절 탓하는 누군가를 위해 대신 사과하는 기상캐스터
잘록한 종아리가 닮은 고라니가
서리 맞은 청무로 허기를 채우고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튀어버렸어
갈라진 발굽에 걷어차인 바람의 씨앗 주머니가
터지고 말았어! 미안해

어제 바람은 나뭇가지를 후려쳐 온 세상 단풍 물을 들이더니

오늘 바람은 사과도 없이 조신한 척 딴청을 떠는데
한 잎의 단풍도 매달지 못한 채
이별을 견뎌야 하는 나무에게도 미안하지

허리를 굽힌 채 만연한 부끄러움을 쓸어 덮는
경비원에게도 미안해
우수수 길을 뒤덮는 낙엽의 심술도
바람을 등에 업고 요리조리 피해다니는 낙엽도
바닥에 납작 엎드려 요지부동인 어떤 낙엽도
잔망스러운 낙엽의 장난이 불편한 노을만
마른기침을 퍼트리는 저녁

‘녹슨경칩’ 

문을 열 때마다 울음소리가 난다
낡은 경첩이 무게를 견디는 소리
흰 페인트가 벗겨진 자리에
붉은 녹물이 번진다
녹은
끓어오르다가 식은 날들
흰 페인트를 뒤집어쓴 채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날들을 견디고
제 몸을 화폭 삼아
뜨거운 용광로 속 기억을 그려낸다
철컥
문이 잠기고 마침내
어둠에 갇힌 붉은 헛발질이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장렬하게 산화하는 중이다

‘눈 내리면 명퇴를 꿈꾼다’

정해진 알람보다 먼저 잠 깬 새벽
숙취로 출렁거리는 머릿속은
보고, 결재, 회의, 민원
주로 두 자로 된 단어가 파노라마처럼 돌아가지
월요일은 정말 눈 뜨기 싫어
생각을 말아야지 할수록 잠은 달아나고
희끗희끗 돋아난 수염을 밀고
숱 없는 머리칼을 바싹 세우고
별빛에 흔들리다가 떨어진 이파리에 대한
나무의 회한을 추궁한다
폭설에 점령당한 출근길은 정말 싫어
명퇴를 할까 공로연수를 갈까
소란스럽게 눈이 내리고
어깨를 웅크린 채 투덜거리며
이미 굳어 버린 나무의 각질과
종아리 정맥류에 대해 분노한다
사무실 세콤 붉은빛이 초록으로 바뀔 때까지
명퇴라는 불치병을 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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