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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기울어진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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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기울어진 식탁
  • 안성투데이
  • 승인 2022.05.10 18:0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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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교보문고 제공
사진출처=교보문고 제공

아버지는 오늘도 윤오가 수저를 드는 손을 보고 인상을 찌푸린다. 왼손으로 밥을 퍼먹는 윤오를 ‘별종’ 취급하며 냉랭한 눈빛을 쏘아댈뿐더러, ‘왼손잡이는 불길하다’는 이유만으로 오른손 사용을 강요한다. 인형의 관절을 꺾어 원하는 모양새로 만들려 하는 것처럼, 아버지는 윤오를 무작정 오른손잡이로 교정하려 들었다. 

그 덕에 윤오는 아버지와 겸상을 할 때마다 머리에 쥐가 나고 목구멍이 아렸으며 식사를 마치고 나서도 체기가 내려가지 않았다. 윤오에게 집은 편안한 보금자리 따위가 아니다. 있으면 더 불편한 가시방석이며 그저 잠을 자는 공간에 불과했다. 마주 보고 식사할 때마다 쓴 밥풀을 삼키게 했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도 식구들과 함께하는 밥상머리는 여전히 절름발이의 걸음처럼 불안하기 짝이 없다. 윤오 가족의 밥상은 언제나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으며, 한 번도 수평을 맞춘 적이 없었다. 

독선적인 아버지 밑에서 괴로워하다 결국 유대감을 상실한 윤오 가족의 경험담은 소설 배경인 전쟁 직후 암울한 사회 분위기를 상징하고 제목의 의미를 관통한다. 책 [기울어진 식탁]은 6.25전쟁 이후 남북한 접점 지대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다양한 생활상과 사연을 그려낸 장편소설이다. 전쟁 후 공동체 의식이 쇠퇴한 사회, 베트남 전쟁 파병, 부정축재와 수복지구 이후 민통선의 실상 등 당대 현실을 비판하며 다리 하나가 잘린 식탁처럼 위태로웠던 당시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남북한 접점 지대의 특색이 느껴지는 북한어와 속담은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현장감을 불어넣는다.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순우리말과 음성상징어가 토속적인 분위기를 돋우며, 복잡하게 얽힌 인물들의 사연을 묘사하는 데 조미료 같은 역할을 한다. 이러한 표현적 특징은 적나라한 삶의 보고와 더불어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작품의 매력 요소 중 하나다.

험난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은 메마른 땅처럼 삭막하면서도 습한 여름날처럼 아득하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게 인생이라 했던가. 인생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반듯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기울어져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이리저리 기울이며 수평을 맞추려 애쓰기도 하고, 경사진 채로 살아가기도 하는 것이 [기울어진 식탁]의 주인공들이 말하는 인생의 덧없음이다.

한경대신문사 김미지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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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2022-05-24 20:34:10
단순하면서 깊이있게 표현한 기사네요.

원더우먼 2022-05-24 15:48:07
요즘 책한권 읽기 힘든데 넘 내용이 마음에 와 닿네요
앞으로도 좋은책소개 해주세요

임정은 2022-05-24 15:30:24
굿입니다~~^^
다음 기사 기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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